삼성화재 앱 개편, 소비자는 봉입니까 — MY삼성화재, 모니모, 다이렉트, 이게 다 뭡니까

자동차 보험료 납입 내역 하나 보려다 이렇게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오늘은 그 분노를 조목조목 풀어보겠습니다. 삼성화재 앱 구조 개편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단순했다 — 그냥 내 보험 계약 내역이 보고 싶었을 뿐

예전에는 삼성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앱 하나만 있었습니다. 거기 들어가면 내 계약 내용이 나왔습니다. 보험료가 얼마인지, 납입 내역은 어떻게 되는지, 이번 계약이 언제 만료되는지.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삼성다이렉트 앱이 사라지고 MY삼성화재라는 앱으로 통합됐습니다. 좋습니다. 통합이라는 건 더 편리해진다는 뜻이니까요. 들어갑니다. 보험 계약 내역을 찾습니다. 그러자 이런 안내가 뜨는 겁니다.

"자동차보험 납입 내역은 모니모 앱에서 확인하세요."

네? 방금 내가 앱 통합한다고 해서 여기 들어온 거 아닌가요? 다시 다른 앱을 설치하라고요?

이게 통합입니까, 분산입니까

정리해 보겠습니다. 삼성화재 관련 앱이 현재 몇 개나 되는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병맛나는 삼성화재


앱 이름 주요 기능 비고
MY삼성화재긴급출동, 보험료 계산, 가입계약 상세 조회 불가
모니모보험 계약 조회, 보험금 청구별도 앱 설치 필요
삼성화재 다이렉트 착다이렉트 보험 가입/관리공식 사이트도 별도 존재
삼성화재 공식 사이트전반적인 보험 업무앱 통합과 무관하게 여전히 운영 중

통합을 했는데 앱이 줄기는커녕 더 많아졌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떤 앱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설명서라도 읽어야 할 판입니다.

앱스토어 리뷰에도 똑같은 경험을 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넘칩니다. "자동차보험료 납입 내역 보려고 다이렉트 앱 키면 삼성화재 앱에서 확인하라 하고, 삼성화재 앱에서 확인하려니까 모니모 다운받아서 확인하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건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겁니다.

중복 로그인에 자동 로그아웃까지 — 황당함의 정점

더 황당한 것은 이 앱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MY삼성화재에서 모니모 앱으로 이동하면, 다시 MY삼성화재로 돌아왔을 때 중복 로그인으로 인해 자동 로그아웃이 됩니다. 창 하나 바꿀 때마다 재인증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걸 앱이라고 만들어서 배포한 건가요.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서비스가 이 정도 완성도라면, 기획 단계에서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의문입니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리뷰 중에는 "보험금 청구하려고 서류 사진 찍으면 앱이 리셋돼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 짓거리를 4번째 반복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보험금 청구를 어렵게 만들어 3년이 지나 소멸시키려는 큰 그림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그 말이 나올 만큼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모니모가 뭔데요 — 설명부터 해주세요

모니모는 삼성카드가 주도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앱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로 만든 슈퍼 앱입니다. 삼성금융의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한다는 개념은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취지가 실제 소비자 경험에서 전혀 살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니모를 설치하고 나면 개인정보 동의 항목이 자동으로 체크돼 있어 각 계열사로 정보가 흘러들어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험 계약 내역 하나 보려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삼성 금융 계열 전체에 내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원치 않는다면 수동으로 동의를 하나씩 철회해야 합니다.

게다가 모니모 앱 자체도 사용성 문제가 심각합니다. "카드 내역 보려고 들어가면 일시적 오류 어쩌고 뜨고, 앱 자체가 느려서 내 폰 문제인가 했는데 다른 앱은 잘 된다. 몇 달째 개선이 1도 안 된다. 앱 때문에 삼성카드 자체를 바꾸고 싶다"는 후기가 2025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 때는 분산, 관리는 통합 —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닌 이유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이 있습니다. 보험을 팔 때는 삼성다이렉트, 삼성화재, 삼성생명, 각종 채널을 총동원합니다. 영업 창구는 최대한 넓게 열어두는 겁니다. 그런데 고객이 사고 나서 관리하거나 계약 내역을 확인하거나 보험금을 청구하려 할 때는, 갑자기 "이 앱에서는 안 됩니다, 저 앱을 설치하세요"가 됩니다.

이걸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앱 통합은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한 것입니다. 각각 따로 운영하던 앱과 서버와 개발 인력을 하나로 묶어서 비용을 줄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기능이 어떻게 분산됐는지, 소비자가 무슨 앱을 써야 하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획을 통과시킨 사람이 직접 자기 보험 계약 내역을 앱에서 찾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 그럴 일이 없으니 이런 기획이 통과되는 겁니다.

개별 사이트는 여전히 멀쩡히 살아있다

이 모든 혼란의 결정타가 있습니다. 앱을 통합했다고 하면서 삼성화재 다이렉트 개별 사이트는 여전히 별도로 운영 중입니다. 앱은 통합, 사이트는 분리. 이것이 통합입니까, 아니면 그냥 앱 하나를 더 만들어 놓은 겁니까.

결과적으로 지금 소비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렇습니다. 내 자동차 보험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MY삼성화재 앱, 삼성화재 다이렉트 착 앱, 모니모 앱, 삼성화재 공식 사이트, 삼성화재 다이렉트 사이트 중에서 무엇을 열어야 하는지 직접 알아내야 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2위 손해보험사의 고객 서비스입니다.

앱 만들면 좀 써보고 출시해라

IT 업계에 '도그푸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회사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가 만든 제품을 자기가 먹어본다는 비유에서 나온 말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이 앱을 기획하고 승인한 사람들이 자기 보험 계약을 직접 앱으로 확인해봤다면, 이 구조가 통과될 수 있었을까요.

앱스토어에는 "앱 만들면 좀 써보고 출시해라"는 리뷰가 넘쳐납니다. 이미 수많은 사용자들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개발자 답변은 매번 "이용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더 좋은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입니다. 불편 접수 창구가 된 리뷰란에 이 답변이 붙는 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비용 절감 실적 챙긴 그 누군가에게

삼성화재는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 원을 훌쩍 넘는 대형 금융회사입니다. 그 규모의 회사가 앱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고객 경험이 우선순위에 없는 겁니다.

어딘가에는 이번 앱 통폐합으로 운영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숫자를 적어 실적 보고서에 올린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 숫자는 칭찬을 받았겠죠. 그러나 그 절감된 비용만큼의 불편함은 수백만 명의 보험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이 떠날 때까지는 이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자동차보험 갱신 시즌이 다가오면 다이렉트 보험 비교 사이트를 한 번 더 찾아보게 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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