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2025년 12월 5일 공개 이후 단 이틀 만에 대한민국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전도연과 김고은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의 만남, 그리고 자백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작품은 분명 화제성에서는 성공했습니다.
넷플릭스 33개국에서 탑10에 진입했으며,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성공 뒤에는 시청자들이 느낀 심각한 불만과 실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상식을 벗어난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입니다.
평범한 미술교사가 갑자기 첩보 영화 주인공?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주인공 안윤수의 캐릭터 설정입니다. 남편이 죽은 직후 수사 과정에서 해맑게 웃으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던 평범한 미술 교사가, 갑자기 환골탈태하며 각성하여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고 증거를 모으는 모습은 최소한의 캐릭터 개연성조차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SF나 액션 장르도 아닌 현실 범죄 스릴러에서 이런 설정이 가능할까요?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수사기관도 찾지 못한 증거들을 혼자 힘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작가는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마치 주인공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라도 되는 양 액션 영화 같은 장면들만 연속됩니다.
교도소 시스템을 우습게 보는 허술한 설정
드라마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설정 중 하나는 바로 교도소 관련 장면입니다. 이정효 감독은 인터뷰에서 "윤수와 모은이 긴장감 있게 엮이는 걸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적으로 쉽게 간 부분이 있다"고 개연성 부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적 허용'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엔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샤워실에서 전도연이 다른 재소자와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교도관이 샤워실에 혼자 있는지 체크도 안 하고 그냥 보내나요? 화장실을 가도 교도관이 칸마다 확인하는 게 현실입니다. 다른 교도소 배경 영화나 드라마 아무거나 봐도 이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탈출한 애를 재소자끼리 인사시킨다고 한 방에 넣고 교도관은 밖에서 대기하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이게 뭔가요? 유치원 들꽃반, 햇님반 친구들 만나는 건가요? 교도관이 무슨 병신도 아니고, 탈주범을 일반 재소자와 그냥 만나게 해주나요?
교도관을 완전히 무능력자로 그려놓은 이 드라마는 실제 교정 시스템을 모욕하는 수준입니다. 교도관이 청원경찰보다도 못한 존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보호관찰관의 역할도 완전히 왜곡
드라마에서 보호관찰관은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입니다. 보호관찰관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출소자나 보호관찰 대상자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드라마처럼 범죄 해결을 돕거나 증거 수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명백한 직무 범위 이탈이며,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필요한 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2017년 배경인데 90년대 수사 기법?
드라마의 배경이 2017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는 혈흔이 묻은 와인병 조각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21세기에 이 정도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입증하고 구속영장을 발부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현대 수사에서는 DNA 감식, CCTV 분석,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적 수사 기법이 총동원됩니다.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도 철저히 검증하며, 물증 없이는 기소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검사의 확신과 언론 플레이만으로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낙인찍힙니다.
경찰 무전을 엿듣고 탈출한다고?
드라마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 중 하나는 경찰 무전을 듣고 탈출 계획을 세우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무전 나오지 않아요? 바로 이어폰으로 받는다고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마치 무전이 스피커로 방송되는 것처럼 쉽게 내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니 시청하는 내내 답답함과 황당함이 밀려옵니다.
감독의 변명 "드라마적으로 쉽게 갔다"
이정효 감독은 개연성 비판에 대해 "윤수와 모은이 긴장감 있게 엮이는 걸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적으로 쉽게 간 부분이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개연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캐릭터들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진정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억지로 만든 긴장감은 몰입을 방해할 뿐입니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19금 등급에 전도연, 김고은이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넷플릭스의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시청자들은 돈을 내고 이 드라마를 시청합니다. 우리는 시청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작가님, 제발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써주십시오.
- 교도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검색해 보세요
- 보호관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세요
- 현대 수사 기법이 어떤지 공부하세요
- 경찰 무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세요
GPT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소한의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상상만으로 쓴 시나리오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흥행과 작품성은 별개
개연성으로만 보면 약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확증편향이라는 주제를 다루려는 시도는 인정할 만합니다. 전도연과 김고은의 연기력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근본적인 설정의 허점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가 1위를 했다는 것과 작품이 좋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화제성과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 없이는 진정한 명작이 될 수 없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