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의 셋째 날, 느긋하게 보내기 좋은 일정으로만 채워도 하루가 꽉 찹니다. 시내 명소를 죄다 훑기보다는, 도루강 풍경과 포트와인, 골목 산책, 그리고 저녁의 파두 공연까지 "포르투다운" 여유를 즐기는 하루였어요.
아침, 도루강과 함께 여유롭게 시작
포르토는 2박 3일만으로도 주요 시내는 대부분 둘러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 날은 일부러 무리한 일정 없이, 도시의 여유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도루강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강만 바라보면서 포트와인 한 잔을 마셔도 "아,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이날 오전은 특별한 관광 포인트를 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골목을 향해 그냥 왔다 갔다 하며 산책하듯 걷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간중간 허름하지만 생활감 가득한 동네 골목도 지나 보고,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포르투의 분위기를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Mercado do Bolhão에서 시작하는 시내 산책
이날의 첫 목적지는 포르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Mercado do Bolhão였습니다. 다만 이곳은 일요일이나 일부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 저희가 갔던 날도 마침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었어요. 그럼에도 일부러 시장 앞까지는 가봤습니다.
시장 주변이 바로 쇼핑 메인 거리의 시작점이라, 여기서부터 리베이라 광장까지 쭉 도보로 내려가며 구경하기 좋은 루트가 펼쳐집니다. 상점과 카페, 기념품 가게를 지나며 천천히 걸으면, 굳이 별도의 큰 투어를 하지 않아도 "아, 나 오늘 포르토 제대로 걸었구나" 싶은 하루가 됩니다.
Manteigaria에서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 한 잔
시장 근처에서 잠깐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들른 곳이 바로 Manteigaria – Fábrica de Pastéis de Nata였습니다. 포르투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에그타르트(파스테이스 드 나타) 체인으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안정적이라 여행 중에 부담 없이 들르기 좋습니다.
화장실도 해결할 겸,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간단히 브런치 겸 디저트를 즐겼어요. 따끈한 에그타르트와 진한 커피, 그리고 잠깐의 수다만으로도 다시 걸을 에너지를 채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에그타르트 초보자라면,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포르투갈식 즐기는 방법이라 한 번 시도해 볼 만합니다.
점심, Casa Guedes Tradicional에서 샌드위치와 ovos rotos
한참을 걷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져, 미리 점찍어 두었던 식당 Casa Guedes Tradicional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이라, 간단하지만 포르투스러운 한 끼를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저희는 15번 샌드위치와 수프, 그리고 ovos rotos를 주문했습니다.
15번 샌드위치
염소 치즈가 들어가 향이 꽤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포트와인으로 볶은 양파가 치즈의 느끼함을 잘 잡아줘서 꽤 맛있게 먹었어요. 다만 남편은 치즈 특유의 향 때문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함께 곁들인 맥주
샌드위치의 풍미가 진해서 가벼운 맥주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여행 중 가볍게 한 잔 곁들이기 좋은 조합이었어요.
ovos rotos
감자, 계란, 햄/소시지가 어우러진 메뉴로, 샐러드가 빠진 브런치 같은 느낌이라 든든하지만 과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요리였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테라스에 자리 잡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워서 조금 춥게 느껴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포르토의 겨울·초봄에는 햇살이 좋아도 바람이 쌀쌀할 수 있으니, 테라스에 앉을 계획이라면 겉옷을 꼭 챙기는 걸 추천합니다.
오후, 잠깐의 휴식 후 파두 공연 준비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난 뒤에는 호텔로 돌아와 2–3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걷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저녁 일정인 파두 공연을 위해 체력을 조금 아껴두는 게 좋기도 했어요.
파두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은 대체로 저녁 시간대라, 오후 늦게까지 무리하게 관광을 하기보다는 숙소에서 잠깐 누워 쉬고,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으며 여유롭게 준비하는 편이 훨씬 여유롭습니다.
저녁, Fado no Porto por Casa da Guitarra
이날 저녁의 하이라이트는 Fado no Porto por Casa da Guitarra에서의 파두 공연이었습니다. 포르투 여행에서 파두까지 경험하게 되어, 전체 여행이 더 인상 깊게 남은 날이기도 해요.
무대에 선 남자 가수의 목소리는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고, 연주자들의 실력도 훌륭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포르투 와인을 한 잔 시음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음악과 와인을 함께 즐기며 "아, 지금 내가 포르투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파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팁
파두 공연이 처음이시라면, 아래 내용을 알고 가면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어요.
공연장 입장과 좌석
이곳은 지정석이 아니라, 입장한 순서대로 자리를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계단식 구조가 아니라서 앞사람 키나 머리 모양에 따라 시야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무대와 가깝고 앞줄에 앉고 싶다면, 공연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복장과 분위기
드레스코드가 엄격한 곳은 아니지만, 너무 캐주얼한 운동복보다는 편안한 깔끔한 차림이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파두는 감정과 이야기 중심의 음악이라, 공연 중에는 대화를 자제하고 휴대폰은 무음으로 두는 것이 예의입니다.
파두 감상 포인트
파두는 포르투갈의 향수, 그리움, 슬픔 같은 감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가사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목소리의 떨림과 표정, 연주자들의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노래 사이사이 가수나 연주자가 곡 소개나 짧은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어로도 안내해 주는 곳이라면 파두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와인 시음
공연 중 제공되는 포르투 와인은 양은 많지 않지만, 파두 분위기와 함께 즐기기에는 딱 좋은 정도입니다. 술을 잘 못 마신다면, 반 정도만 천천히 마시며 향과 맛 위주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루이스 다리에서 마무리하는 포르투의 밤
파두 공연이 끝난 뒤, 도루강과 루이스 1세 다리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이상적인 코스가 됩니다. 어스름한 밤, 강 위에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과 다리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고 있으면, 포르투 여행의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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